"과연 잘 살고 있나" 사표 던지는 직장인들
'어른의 꿈 되찾는 퇴사' 공부하는 시대
퇴사 전 철저한 '준비' 필요
[편집자 주] "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지만 마땅한 롤모델이 없어 답답합니다.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 지도 모르겠고, 돈버는 기계로 전락해 꿈은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."
서른을 갓 넘긴 한 직장인 남성이 연거푸 한숨을 내쉽니다. 2년 전 취업대란을 뚫고 대기업에 들어갔고, '대기업남(男)'이라고 친구들 부러움도 샀습니다. 어깨 힘도 좀 들어갔었죠. 하지만 지금은 퇴사를 고심 중입니다. 무슨 일일까요.
국내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1년 안에 회사를 관둡니다. 이른바 조기 퇴사. 가장 큰 이유는 조직·직무적응 실패(49.1%)였습니다. 경직된 조직 문화와 하기 싫은 잡일의 틈바구니에서 적응하지 못한 거죠.
우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. 꿈과 적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요. 하지만 취업난, 쥐꼬리 월급 같은 당장의 현 ?앞에 꿈과 적성은 잊은지 오랩니다. 그렇게 영혼은 집에 빼놓고 1~2년 회사만 오가다보면 '나는 과연 잘 살고 있나'하는 한탄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옵니다.
뉴스래빗은 꿈을 찾아 퇴사를 고민하는 어른들이 다니는 '퇴사 학교'를 다녀왔습니다. 이 곳의 장수한 교장(31)은 지난 4월, 5년간 다닌 대기업 삼성전자를 퇴사한 청년입니다.
▼ '퇴사란 과연 무엇인가' 강의영상부터 보시죠 !.!
내 인생을 위한 진지한 고찰, 그 중심엔 나만의 꿈이 있기 마련입니다. 어린 시절 너무 많아 탈이었던 그 꿈들. 어른이 된 지금은 한 개 꼽기도 어렵습니다. 영혼없는 직장인으로 또 살지 않으려면 이번 퇴사만큼은 끝이 아니라, 내 꿈을 되찾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합니다.
<퇴사학교 학칙 안내>
하나. 회사에 절대 소문내지 않기
둘. 사무실에서는 절대 접속하지 않기
셋. 졸업 전까지 부장님께 절대 들키지 않기
넷. 입학은 조용히 졸업은 화려하게 하기
다섯. 위의 규칙을 재학 중 반드시 준수하기
다음은 장수한 교장과의 일 ?求?
▶ 퇴사학교 소개.
“퇴사학교는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입니다. 퇴사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우리 일과 인생을 깊게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.”
▶ 설립 계기는.
“1년 전,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느낀 점을 정리해 카카오 브런치에 올렸는데 독자 반응이 좋았습니다. 그 때 '퇴사라는 것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구나, 직장인 대부분이 주말만 보고 살고 있구나' 알게됐어요. 문득 직장인의 제2의 삶을 위한 학교가 있으면 도움이 크겠구나 싶어서 퇴사학교를 만들게 됐습니다.“
▶ 삼성전자 퇴사는 왜.
“회사를 5년 넘게 다녀도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누군가 말했어요. 퇴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5년 또는 10년 뒤 롤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. 즉, 좋은 학교와 좋은 회사만을 목표로 살아와서 본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죠. 저도 삼성전자 재직 시절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기는 어렵더라고요. 평일에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 쉬어야하니까요. 제일 힘든 건 일을 해도 허무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어요. 열심히 한 일이 결과로 보여지지 않아 그랬던 것 같아요. 그 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랐는데 퇴사하고 나니 글을 제일 쓰고 싶더라고요. 3개월 정도는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작가 일을 시작했죠.”
▶ 퇴사 선택의 기준은.
“정답은 저는 모릅니다. 모른다는 게 무책임할 수 있지만 그게 사실입니다. 왜냐하면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. 획일화한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. 다만 퇴사를 결정할 때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에 화두를 던져야 합니다. 비슷한 고민들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모여 토론하고, 선생님과 함께 소통하면서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죠.”
▶ ‘화두를 던진다’가 무슨 뜻인지.
“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.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건 가능할까,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등이죠. 다양한 화두를 던지면서 토론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겁니다.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도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대부분 반문합니다. 저도 그 말에 반대를 하는 건 아닙니다. 그래도 포기 할 수는 없잖아요. '체념하고 살자'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. 그러니까 우리가 단 1%라도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찾아보자는 것이죠. 그게 무엇이든지.”
▶ 퇴사학교 학생 연령대는.
“보통은 30대 초중반, 회사 5년 차 분들이 많이 오고요. 신입사원도 늘고 있습니다. 골고루 섞여 있지만 일단 주요 수강 층은 30대 초, 중반이 많습니다.”
▶ 이들의 공통적 고민은.
“'뭘 해야 하는가' 대한 고민이 가장 많습니다. 왜냐하면 지금까지 회사에 만족했다고 해서 오래 계속 다닐 수는 없거든요. 불만이 있어도 본인 혼자 회사를 변화시키기 힘들죠. 결국 내가 앞으로 뭘 더해야하고, 어떤 식으로 내 미래를 설계해야할 지 제일 고민입니다 .두번째로 5~10년 뒤 롤모델이 없다고 입을 모아요. 회사 내 선배들이 자신의 미래일텐데 롤모델로 삼기엔 실망스럽고, 부족한 면이 많거든요. 퇴사학교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. 다양한 롤모델을 발굴해서 이런 길도 있고, 저런 길도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. 이미 원하는 길을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, 최대한 서로를 연결시키는 역할입니다."
▶ 퇴사학교 과목은.
“크게 기초와 전공과목으로 나뉩니다. 먼저 ‘퇴사학개론’에서 나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데요. 예를 들면 ‘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’에 대해 생각하는 거죠. 이 과정을 통해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며 내게 맞는 직업을 탐색합니다. 선생님들은 퇴사자가 관심 분야를 꾸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.”
강의 스타일은.
“강의 전 학생이 기대하는 화두를 먼저 전화로 이야기합니다. 그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합니다. 수업 후 아쉬운 점은 꼭 피드백 받아 다음 수업에 반영합니다."
▶가장 반응이 좋은 과목은.
“창업과 여행과목 둘 다 반응이 좋습니다. 원래 여행 과정이 12명이 정원인데 30명이 오셔서 급하게 장소를 바꿔서 수업을 진행했고 창업 과정도 모두 완판이 됐습니다.”
강의 비용은.
“하루 2시간에 3만3000원입니다. 시장 조사 후 책정했습니다. 사실 저희와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모시기 쉬운 분들은 아니에요. 최대한 선생님과 학생에게 적정한 가치를 드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.”
▶ 스타트업 창업 조언도 많이 하나
“실현 가능한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. 전부 스티브 잡스가 돼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. 나만의 무기를 차근차근 만들고 그것들을 이용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해요. 저희 스타트업 강의 주제는 ‘창업하지 마라’입니다. 창업이라는 게 너무 힘들고 위험요소가 많아요. 그래서 안하는 게 좋다고 먼저 말하죠. 하지만 꼭 창업하겠다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. 그 때도 실현 가능한 것 위주로 생각하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.”
▶ 앞으로 만들 과목은.
“지금 개설된 과목은 창업, 여행, 작가준비 등이 있어요. 사실 이 분야도 세분화하면 직장인이 새로운 ‘꿈’을 찾을 수 있는 여러 과목을 만들 수 있습니다. 퇴사학교는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는 직업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. 단순한 회사 재선택이 아닌 본인만의 무기를 갖고 경쟁할 수 있는 직업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.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산업들은 현재 포화상태예요. 점점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죠. 결국 새로운 ‘창작’을 해야 합니다. 그 능력이 무엇인지 선생님과 소통하며 찾아갑니다.”
▶ 퇴사(준비)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.
“퇴사를 하느냐,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게 가장 중요합니다. 그 다음 나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. 그 ケ竪湧?있다고 해서 당장 퇴사할 수도 없어요. 다양한 탐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. 준비 기간이죠. 회사에 다니면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관련 경험들을 먼저 해보세요. 어느 순간 그 경험이 자신감으로 변합니다. 그 자신감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이뤄주게 할 겁니다."
# 신세계 ? 새로이 꽃 피우는 분야를 조명합니다. 색다른 이야깃거리와 기술, 트렌드로 산업, 생활 전반을 혁신하려는 사람 및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. 독자의 궁금점을 해소하기 위해 뉴스래빗이 네 발로 뛰겠습니다.
'뉴스래빗 페이스북'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.
책임 = 김민성 기자 연구 = 이재근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@hankyung.com
뉴스래빗 페이스북 facebook.com/newslabit
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@hankyung.com
[한경닷컴 바로가기] [스내커] [한경+ 구독신청] ⓒ '성공을 부르는 습관' 한경닷컴,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
관련뉴스